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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7

-Jay 2018. 5. 8. 02:32

0. 사람은 정말로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아서 서로 오해하고 지나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1. 내 자해를 처음 눈치챈 것은 나의 누이다. 중학교 시절에 분명 내 상처를 봤었고 그때엔 그냥 하지 말라고 했던가 어쨌던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난 그래서 더 보여줬기도 하고. 비밀이 없었다 라고 생각하는데 이제와 어머니께 듣자니 그녀는 걱정했단다. 맏이는 맏이라고. 난 신경쓰지 말고 동생이나 신경써달라고 이야기 했었다는데 난 그녀가 날 그렇게 생각한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말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게 유일한 친구는 누이라서 친구가 많은 그녀가 날 귀찮게 여기지는 않을까 가끔씩 고민하게 되고는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동생이 좋다고 이야기 했단다. 별볼일 없는 나를 그렇게 자랑하고 다녔다고. 나를 자랑했다는 사실은 겨우 작년엔가 알았는데 당시에나 지금이나 그녀가 왜 그랬는지 정말로 이해안가고 그정도로 나에게 관심이 있었나를 처음 알았는데 말이다. 그녀는 항상 그랬단다. 난 몰랐는데.


2.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인 것의 차이일까 후천적인 것의 차이일까. 다르지않는데 누이와 나의 성격은 정말 다르다. 부모가 어려운 것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외면하고나서의 결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과 느끼는 사람.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이 많기 때문인걸까. 그만큼 여리다는 걸까. 동정이 많고 감성적이기 때문일까. 나의 이상과 동떨어져 매번 이상이 되기를 실패하는 나. 그리고 그것에 자괴감과 현타. 그 괴리감에서 허우적대며 우울에 빠지는 악순환.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리고 사람의 성격은 도대체 바꿀 수나 있는 것일까. 바꾸고 싶을 뿐이다.


3. 자퇴하고자 했을때 그 당시의 상황이 정말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다 자퇴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사실 그 때 자퇴를 안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좀 더 막나가는 식으로 대충 살면서 졸업한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의 나를 잘 모르겠다. 왜 자퇴하려했지. 그리고 어머니는 아예 자퇴를 결심하고 짐싸서 내려오신 적이 있다는데 사실 기억이 안나. 그렇게 나를 걱정했었어? 우리는 그 순간에도 우리끼리 단 한번도 진중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잖아. 내가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포기한 건 기억나지. 자퇴하고나서의 미래가 너무 무서웠던 겁쟁이였거든. 어차피 고등학교 졸업장은 필요한 거였고. 그 학교가 가지는 명성을 포기할 수 없었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고 졸업만 하자. 그랬던 기억만 난다. 


4. 그때 많이 힘들어했다고 어머니는 알았다는데 난 모르겠다. 알았어? 알았으면 왜 여지껏 방치했어. 이걸 어떻게 말해야하나 나는 매일같이 고민했고 무서웠고 그랬는데. 자해를 하는 걸 알면 싫어도 병원에 끌고 가서 하지 않도록 하는게 부모인게 아닌가? 모른척 시간이 지나면 나을거라고 여겼다는데. 난 모르겠다. 어디까지 망가져있는지 몰라서? 비난하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도 못한다. 이런 자식을 둔 부모가 얼마나 고민했을지. 또 거기에 내 비난까지 얹어서 힘들어하는 것도 못보겠어서. 난 나를 걱정해도 모자른데 또 남을 걱정한다. 질질 끌어 여기까지 왔고. 술김에 겨우 이야기하고. 이제야 내 심정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왜 이야기했을까 나는 후회하고. 


5. 그래도 다행인건 드디어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난 내 정확한 진단을 들어야겠다. 정상이 아닌 건 맞는데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심리평가를 예약했으니 무언가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까. 어머니는 나보고 합리화라고 이야기하는데. 글쎄. 합리화를 위해 자해를 하나? 내가 문제가 있을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한다고? 아니. 정말로 그럴까 무섭기도 한데. 차라리 그렇더라도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게 좋겠지. 그래도 자해를 하는 인간이 정상일리는 없지. 매일같이 죽고싶기만 한데. 


6. 죄책감. 앞서 죄책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정확하다. 난 어머니에게 죄책을 느낀다. 기대를 못미쳐 그래도 성적이 좋던 자랑거리에서 이제 아무것도 자랑할 거리가 없는 애물단지 자식이 되었다는 죄책감. 뭐가 잘못되어서 이리도 속을 썩이고 걱정거리만 안겨주는 자식이 되었나 하는 죄책감. 자살하지 못하는 것의 변명 또한 그렇지. 용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내가 죽었을때 끼칠 민폐와 불효에 대한 죄책감을 변명으로 삼고. 내가 죽었다고 했을 때 울 사람을 상상하면 어머니 뿐이거든. 나를 왜 낳아서 이리도 걱정만 안겨주나. 내가 싫어지고. 차라리 이기적이면 좋을텐데. 나는 어머니께 느끼는 감정은 죄책뿐이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담긴 죄책감. 매일 죄를 짓는 기분으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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